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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그셰비, 모로코-함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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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1-04 01:15 조회1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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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그셰비, 모로코

함길수 Ham kilsoo



2013-03-22 

거대한 모래언덕, 고독한 사하라의 노래
‘사하라’, 아랍어로 사막이다. 그 거대한 사하라가 모로코와 알제리 국경 근처에 고요히 존재한다. 문명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사막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인생은 마치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기에 그 멀고먼 사막을 보고 또 밟고 싶어한다. 모로코의 중심도시 마라케시를 출발하면 에잇 부고메즈 Ait bougomez 의 장엄한 계곡을 돌고 돌아, 다데스 협곡과 토드라 고지를 거쳐 드디어 거대한 모래 언덕 에르그 셰비 Erg Chebbi 에 당도한다. 사하라에 서면, 인간의 자취는 티끌 혹은 한 점과 같다.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초라하다.
에르그 셰비, 모로코의 깊고 고요한 신비

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Fez, 대서양 거대한 파도 일렁이는 아틀란틱 코스트, 자마 엘프나 광장의 소란스런 소음이 그리운 마라케시, 낭만적 영화의 무대 카사블랑카, 이 모든 매력들을 간직한 신비의 땅 모로코에 은밀히 숨겨진 보석, 여행자의 마지막 로망, 사하라 사막이 우리를 기다린다. 에르그 셰비, 그 거대한 모래 언덕은 신비하고도 비밀한 매력을 감추고 있다.

모로코를 남북으로 가르는 4000m 급 산맥들이 설봉을 머리에 이고 끝없이 이어진다. 사막을 만나러 가는 길에 마치 안나푸르나의 만년설을 바라보는 듯한 묘한 기분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마라케시를 출발하여 길고 고된, 2박 3일간의 긴 여정을 마쳐갈 즈음, 거대한 사막이 눈앞을 가로막고 선다. 가슴이 요동치며 호흡도 가빠진다. 흥분된 마음은 벌써 사막 위를 달려가기 시작한다. 낙타를 타고 깊은 사하라의 심장 속으로 거친 사막을 가로질러 간다. 곧 어둠이 내린다.

모래와 바람, 하늘과 구름이 마주서는 곳, 소리 없는 사하라는 깊고 고독한 생명의 땅이다.

사막 위 점점이 박힌 흙 벽돌 집들이 마치 널 부러진 듯 펼쳐진 메르주가를 거쳐 당도한 곳은 에르그 셰비, Erg Chebbi 거대한 모래언덕이다. 메르주가는 사하라를 꿈꾸는 사람들의 전진기지인 셈이다. 온통 돌밭 같은 마른 대지를 뽀얀 흙먼지 날리며 달려간다. 30여분쯤 달렸을까, 거대한 사구가 저 멀리 당당히 서있다. 사하라를 증명이라도 하듯, 마치 수 백 년간 이 자리를 지켜온 듯한 거대한 사구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흥분된 가슴을 달래려, 금빛 모래 한줌 손에 만져보며 사막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이름 모를 사하라의 깊은 심장으로 데려다 줄 친구, 베르베르인들의 한 무리 낙타들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일단의 카라반이 되어, 붉게 물들어 가는 사구 언덕너머로 길고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사라져 간다. 인간의 자취는 모두, 사하라 사막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존재는 바람과 함께 모래언덕 너머의 춥고 고독한 땅으로 사라져 간다. 사하라의 깊은 심장으로 들어선다. 낙타 등에 앉아 무인지경 사하라를 걷는 느낌은 황홀하다.

어둠이 깊어간다. 칼날 같은 능선을 따라, 파란 터번을 두른 낙타 몰이꾼을 따라 사구의 능선을 넘고 또 넘었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길고 긴 캬라반 행렬은 그 자체로 낭만적이다. 낙타는 사막에 잘 어울리는 친근한 동물이다. 먼 이국 땅에서 달려온 사람들은 사하라 깊은 사막 속의 푸른 밤을 또렷이 기억할 것이다. 총총히 박힌 쏟아지는 별들을 하나, 둘 세며, 까만 밤을 뒤척이며 사막의 깊은 어둠 속에서 스러져갈 것이다.

사막의 밤은 춥고 고독하다. 별이 스러지는 사하라의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낙타 몰이꾼의 리드미컬한 북소리와 낙타 울음소리의 애잔함이 뒤섞인 사막의 밤은 낭만적이다. 몰려오는 한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사구 언덕 위에 올라선다. 사막위로 검은 어두움의 공포가 짙게 몰려오지만, 그 어둠과 사구의 미세한 틈 사이로 식어가던 태양의 푸르스름한 빛이 살아 꿈틀거린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다. 모래도 꿈틀거리고, 바람도 이동한다. 내 마음도 춤추고, 사하라도 노래한다.

추위로 밤새 뒤척인 사막의 밤은, 다시 찾아온 태양의 출현으로 새롭게 변신한다. 파르스름한 새벽은 사막의 경이로운 얼굴이다. 밤과 아침의 경계, 그 사이에 빛나는 빛, 청동처럼 푸른 빛이다. 사진작가는 새벽의 빛을 연모한다. 그 빛을 아껴 셔터를 고요히 누른다. 찰라에 마주하는 빛의 선물, 어둠은 새벽을 인내한 자에게 고요한 아침을 허락한다. 순식간에 붉은 태양은 떠오르고, 캬라반은 태양을 바라보며, 경이로운 새 아침을 열어간다.

찬 기운 등에 업고, 샌드 듄 너머 햇살로 출렁이는 사하라의 아침을 마주한다. 잊을 수 없는 사막의 밤을 뒤로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캬라반 행렬은 고요한 침묵처럼 짙고 긴 그림자를 다시 드리운다. 사막의 낭만은 중독성이 강하다. 사막이 전해주는 고독과 그 차디찬 한기와 칠 흙 같은 어둠을 거두어 낸 푸르른 사막의 아침, 새로운 세상, 광활하게 펼쳐지는 황금빛 사막의 모래 위를 낙타와 함께 걷는 일은 경이로운 창조의 아침을 체험하는 일이다.

이 고요한 아침에, 저 멀리서 점점이 사륜구동 지프들이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온다. 스페인에서 직접 차량을 배에 싣고 지중해 건너 수천 Km를 달려, 이곳 메르주가의 에르그 셰비로 달려온 것이다. 잠시 차량을 정비한 드라이버들은 작은 사구를 넘고 거대한 모래 둔덕을 향해 돌진한다. 굉음과 폭발음을 내며 달려가는 모터 사이클의 행렬도 장관이다. 오직 사막을 즐기기 위해, 밤을 기다린 레이서들의 욕망이 모래언덕을 누빈다.

사막은 단순하고 아름답다. 높고 험준한 북부 아틀라스 산맥을 넘고, 강과 계곡을 지나, 알제리 국경에서 접한 거대한 에르그 셰비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감동과 추억의 무대다. 사하라는 수 많은 사람들의 스쳐 지나간 꿈과 낭만, 로맨스와 슬픔을 기억할 것이다. 시나브로 변모하는 거대한 모래사구의 비밀을 간직한 채, 인간은 꿈꾸고, 사막은 그 꿈에 환상을 더해간다. 존재의 비밀을 은밀히 알려주는 에르그 셰비, 사하라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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