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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땅을 딛다-허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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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1-04 01:20 조회3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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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땅을 딛다
허애영 Her aeyoung



물질이 삶에 주는 혜택의 경중 보다 먼저 참된 의미와 보람된 삶을 구축하고 싶은 열망이 필요했다. 우주와 시간이 끝없이 거대한 심연이라면 우리 인생은 찰나의 시간이고 시야는 내가 뚫어 놓은 몇 평의 창일뿐이다. 이 창을 통하여 바라보는 세상은 좁고 불투명하여 창을 넓히거나 깨끗이 닦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저마다의 창이 있지만, 그 창이 다르고 높아서 서로 교감하지 못하는 이 고독은 우리의 존엄이 되지만 때로는 힘들고 아프기도 하다.

의식의 방황을 조용히 묶어둘 무엇이 필요했다. 음력 초하루면 목욕재계하시고 조용히 집을 나서시는 어머니와 작은 절집을 다녔는데 버스에서 내려 십리는 더 걸어가야 했다. 어린나이였지만 스님의 독경소리와 향냄새가 좋아서 투정 안하고 따라다녔다. 그렇게 익숙한 절집을 찾는 것은, 자연스럽고 지극히 당연한 일이였다.

불교문화에 관심을 갖고 사진을 하면서 온전히 정신만으로 된 듯 열중했다. 옛사람들 목수나 화공이 그랬던 것처럼 카메라를 도구로 신선한 의식처럼 숙연하고 엄숙하게 촬영에 임하였고, 결과물이 마음에 닿지 않으면 한밤을 꼬박 깨어 책장을 넘기고 눈을 부비며 마음자락을 찾고 또 살핀 시간이었다.

“ 산도 땅입니다” 한마디로 복잡했던 마음이 일순간 정리되었다.
바라보고 있으면 먼 산, 들녘 이고 강이지만 걸어서 들어가면 땅이고 길이 된다. 어렵고 힘든 마음에 장벽도 결국 딛고 설 수 있는 땅인 것이다. 탑은 나에게 어디에 있든 무한 긍정, 실존의 의미를 주었다. 땅을 딛고 꿈꾸라는 희망의 메시지인 것이다. 탑을 찾아서 걷고 또 걸었다. 마음은 편안했고 콧노래도 나왔다. 눈 내리고 먹구름 몰려와도 신이 오른 듯 발은 가볍고 등에 진 카메라 장비는 솜털처럼 무게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냥 그대로 보는 것이다.

2015년 허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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