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철길마을은 낡은 주택사이로 철길이 지난다. 집과 집 사이를 아슬 하게 지나 다녔을 기차의 기적소리도, 역무원의 호루라기 소리도 이제는 들을 수 없고, 카메라를 든 비교적 여유 있어 보이는 젊은이들의 유쾌한 웃음소리만 가득하다. 잠시나마 고요함을 찾기 위해 군산철길마을을 혼자 찾았다.
철길을 사이에 두고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보며 세월의 흔적을 찾는다. 옆집과 옆집사이엔 그 흔한 울타리조차 없다. 기차라도 지난다면 바로 무너져 내릴듯한 판잣집과 담. 기차가 없음을 알려주고 왼쪽과 오른쪽을 연결해 주는 빨랫줄. 햇볕 한 조각이라도 더 모으려고 소쿠리에 말리는 고추, 집 앞 담벼락에 잘 정리해 널어둔 무청, 정돈되지 않은 채 바깥에 놓아둔 살림살이들. 그래도 보기좋게 잘 정돈된 조그만 화단, 파란 양철 담 창문으로 보이는 하얀 커텐, 난방을 위해 만들어 밖으로 살짝 뽑은 연통, 녹슬은 우체통 위에 버려진 고지서 한 장.
세월의 흔적을 찾다가, 사람의 흔적을 찾았다. “사람이 살고 있었다.”
느린 속도나마 기차가 다니면서 얼마나 큰 소음에 시달리고 고난의 삶을 살았을까 ? 이제는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어야 할텐데? 그들의 삶은 수탈의 철길, 역사만큼이나 고난의 연속이다. 오늘도 마당으로 나오신 할아버지가 길게 뿜어대는 담배연기는 긴 한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