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범 포토에세이_100만 장을 찍고 한 장을 보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6-10-25 22:33 조회3회 댓글0건본문
김종범 포토에세이
'100만 장을 찍고 한 장을 보았다'
겸손과 오만의 경계에서
이따금씩 나는 사진가로서 능력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또 다른 날에는 내 안의 오만함을 숨기지 않는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찍었느냐에 따라 마음은 달라진다.
사진은 마음의 창이고 친구이다.
때로는 내가 나 자신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외톨이가 되기도 한다.
그런 나의 모습은 사진 앞에서 쉽게 감춰지지 않는다.
겸손함도 오만함도 결국 작품 속에 드러난다.
그것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것은 어쩌면 카메라이고, 그다음은 셔터 소리인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사진이 잘될 것 같은 순간에는 셔터 소리마저 다르게 들린다.
어떤 날의 셔터는 조심스럽고, 어떤 날의 셔터는 거침없다.
때로는 단 한 번의 셔터 소리가 생각보다 훨씬 크게 가슴에 남는다.
셔터 소리의 크기에 따라 작품의 강도도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책을 펴내며 겸손과 오만의 경계에서 망설였다.
수없이 셔터를 눌렀지만 그때마다 들었던 소리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겸손하게 찍힌 사진과 글만을 골라 한 권의 책으로 묶을 수는 없었다.
겸손함은 편안함을 준다.
그러나 때로는 지나치게 얌전하다.
오만함은 거침없다.
때로는 지나칠 만큼 자신감에 차 있지만, 그 힘이 잠들어 있던 생각을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
사진도 그랬고 글도 그랬다.
사진으로 말하고 싶었던 날이 있었고, 글로 말해야 했던 날도 있었다.
사진이 먼저였던 날에는 글이 뒤따라왔고, 글이 먼저였던 날에는 사진이 그 곁에 앉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사진과 글을 굳이 나누고 싶지 않았다.
한 장의 사진도 나이고,
한 줄의 글도 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누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내 자신을 바라보았던 거울에 가깝다.
그 거울 속에는 겸손했던 나도 있고 오만했던 나도 있다.
확신에 차 셔터를 눌렀던 나도 있고, 무엇을 찍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카메라를 들고 서 있던 나도 있다.
이제 그 모습들을 감추지 않으려 한다.
어떤 사진에서는 작은 셔터 소리가 들릴 것이고, 어떤 사진에서는 지나치게 큰 셔터 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글 역시 때로는 겸손하고 때로는 오만할 것이다.
그것 또한 나였기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겸손과 오만 사이에서 수없이 흔들리며 눌렀던 셔터.
그리고 그 흔들림 끝에 남겨진 몇 줄의 문장.
돌이켜보면 기뻤던 셔터가 있었고, 후회했던 셔터가 있었다.
버렸던 사진을 다시 꺼내 바라본 날도 있었고, 아직도 잊히지 않는 몇 번의 셔터 소리도 있다.
어쩌면 이 책은 사진과 글을 모은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오며 냈던 수많은 셔터 소리를 모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 모든 셔터 소리가
그때의 나였기 때문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